겨울에 집에 있기 가장 좋은 시간은 해가 뜬 지 얼마되지 않은 시간과 저녁 9시 정도 지난 시간. 추운 날이지만 집에만 있으면 재미가 없다. 벌벌 떨면서 돌아다니다가 커피샵 같은 곳에서 몸 녹이는 편이 정신에 좋다구. 언제부터인가 일요일이 먹요일이 되어버렸다. 부쩍 식탐이 늘어난 겨울철의 일요일.
그동안, 그렇게도 좋아했던 메이저리그를 어느새부터 취미라고 담기도 민망할정도로 거리를 두었던 것이 사실이다. 대학 1학년 때는 수업 보다 야구 보는게 더 즐거워서 가끔씩 수업을 들어가지 않고 메이저리그를 시청하는 일도 있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뉴욕 양키스, 그리고 오클랜드의 리치 하든, 양키스 캡틴 데릭 지터의 팬을 자처하며 가십거리부터 경기 기록까지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는게 일상이였다. 메이저리그 커뮤니티 활동도 하면서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교류 또한 즐기던 시절이었다.
올해 월드시리즈는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좋아하는 팀인 양키스의 우승과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선 박찬호의 모습을 보니 예전 기억들을 회상할 수 있었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형, 친구들과 문자로 스코어를 주고 받고, MLB.com 게임데이 중계를 항상 켜두고 주시했던 날들... 다 옛날이야기인 것처럼, 언제부터인가 메이저리그를 볼 기회가 줄어들더니, 하이라이트만 가끔 보는 정도로 관심이 줄어버렸다.
무언가에 미쳐본다는 경험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중학교때 나를 사로잡았던 게임 '퀘이크'를 대체할만한 '미칠만한 것'이 바로 메이저리그였다. 당시에는 주위의 그 누구보다도 메이저리그를 잘 안다고 자부할 정도였다. 모르는 것이나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나의 무지에 분함이 느낄 정도였으니까. 그동안 참 잊고 지낸거 같다. 아쉽게도 내 주위에서 메이저리그에 크게 열광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화제로 올라설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월드시리즈 2차전이 펼쳐지던 날, 거실 쇼파에 잠옷차림으로 햄버거랑 콜라를 옆에 두고 소리지르고 박수치고 응원했다. 먼지 쌓인 추억의 비디오 테이프를 재생했을 때의 느낌이랄까. 나도 한 때 이랬지... 하는 생각과 이런 즐거움을 어떻게 잊고 살았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신종플루. 지난주는 날씨가 선선하다 못해 너무 후텁지근했다. 자켓을 입으면 덥고, 벗으면 춥고,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였다. 그래서 콜록콜록 하더니만 결국엔 주말을 몽땅 누워보내야 했다. 주말엔 병원도 못찾아가서 이게 신종플루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사로 잡히기도 했다. 다행이도 일반 감기라고 판단되었다. 그냥 감기도 신종플루 유행때문에 호들갑 떨게 된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그 확산 속도는 어마어마하게 빠르게 증가한다던데, 나 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친척들에게 행여나 안좋은 일이 있을까봐 걱정된다. 이제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식은땀이 난다. 땀냄새가 몸을 휘감고 있다는 생각에 사람들 근처에 가는 것도 미안해서 움츠러드는 하루였다. 뭐니뭐니 해도 건강이 제일이고 즐거운 삶의 전제같다.
